훈옥군은 노인네도 아닌데 신기에 가까운 body일기예지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원래 주말에 관측소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주말에는 비가오고
일요일 날씨가 좋을듯하니 일요일 저녁에 보자는겁니다.

물론 일기예보를 보면 일요일은 더러 구름사이로 푸른하늘이
보일것 같기도 했습니다만 설마 그렇게까지 좋기야하겠어...
싶었습니다.

중간에 전화통화를 했는데 훈옥군은 확신에찬 같은말을 되풀이
하는겁니다.  그래 관측소 가본지도 2주일이나 지났는데 반사미러
조립도하고 광축이나 맞추면되지모..하는 심정으로 일단 관측소행
을 결정했습니다.

일요일 오후...양샘이 새로 도입한 무송이를 보러 강원고에 부원장
님과 같이 갔습니다. 일단 삐까번쩍하고 스타일도 자세나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하늘에 푸른색은 한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훈옥군의
말을 믿어봅니다. 저녁도 먹기엔 이른시간에 준비물 챙겨가지고
냅따 관측소를 향해 달립니다.
중간에 같이 못가 아쉬워하는 양샘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냥오면
될걸..

관측소 도착하니 관측소지붕이 닫혀있습니다. 신샘이 날씨가 좋을것
같으면 일찌감치 열어놓으셨을텐데..역시 아닌가..싶습니다.

잠시후 훈옥군도 도착합니다. 도착과 동시에 하늘이 한뼘 열립니다.
북쪽으로부터 열리는 하늘은 이내 한발넓이로 넓어지는가 싶더니
신샘의 원격목소리로 하늘이 괜찮은것 같다는 전갈이 들립니다.
어라..이것봐라...싶게 점점 걷히던 구름이 한시간내로 남쪽일부를
제외하고 완전히 걷힙니다.

망경설치를 끝낼무렵에는 더이상 구름은 없었습니다. 4등성 이하의 별까지
잘보입니다. 전갈의 모든별이 다 잘보이고 작은곰자리도 보입니다.
울랄라...기분이 한껏 업!! 됩니다.
이미 베가는 하늘높이 올라가 있고 데네브도 모습을 드러내더니 마침내
은.하.수.가... 은.하.수.가...눈앞에 펼쳐집니다.

우와~~~...와아~~하고 있는데 이정현샘 전화가 옵니다.
"좋으시겠어요..나도 가고싶었는데..하늘 좋쵸?"
"아뇨..그저그래요.."
전화를 끊고 다시 우와..와아...ㅋㅋ
이정현샘께는 전화에 대고 염장질하는것 같아서 거짓말 했습니다.(죄송..)
--> 사실은 이게 진짜 염장질...

마스킹개조한 미러를 훈옥군과 다시 조립을 하고나서 저는 캐논FD300으로
훈옥군은 오리온경통을 각자 올립니다.

뭐 마땅한 대상이 없을까..찾다가 IC1396으로 결정합니다.
훈옥군은 오메가성운찍으려고 하다가 아령성운으로 바꿉니다. 세팅끝내고
촛점까지 맞췄는데 주인아저씨와 동생분이 올라와 별 보여달랍니다.

저거..큰거로 보세요..제껀 망경을 작은거를 올려서리...ㅋㅋ
훈옥군은 성격맨답게 아무렇지도 않게 카메라떼고 아이피스꽂아서 토성과
M13과 알비레오를 보여줍니다. 아저씨 가고나자..처음부터 다시!!..ㅋㅋㅋ

그런데 습기가 장난아닙니다. 셔터를 누르기도 전에 리모콘에 앉아있는
물기들을보니 오늘밤이 걱정됩니다.

구도와 촛점 맞추고 셔터를 누른 시각이 밤10시..잘하면 대상 두개를 잡을수
있겠다 싶기도합니다. 그런데 작은 욕심을 부린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 둘다
못잡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FD300의 별상을 좋게하기 위해 마스킹을해서 F2.8을 F4.0으로 만들었는데
좀더 빨리찍고 싶은 욕심에 마스킹링을 제거해 본것입니다. 첫장은 그런대로
찍힌것 같아 그냥 내버려두었는데 10장쯤 찍혔을때 중간결과를 보니..이건
별이 아닙니다. 그냥 노이즈덩어리 같이 나옵니다. 시간을 보니 이미 12시가
다가오는데...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마스킹링을 다시 끼우고
셔터를 다시 눌렀는데 그사이 촛점이 약간 나가있는거 모르고 그냥 GO 했습니다.
이 모두가 제 사소한 욕심때문에 자초한 일이라 나중에 이를 발견하고 반성
많이 했습니다.
게다가 겁도없이 냉각DSLR도 아닌데 여름밤에 ISO1600으로 계속 찍으니까 몇장
뒤부터는 노이즈마저 자글자글합니다. 하늘은 더없이 맑고 좋은데 땅위의 멍청한
어떤 인간은 그걸 욕심내어 주워담아보겠다고 과욕을 부리다 참담한 꼴을
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가 쌤통입니다.

중간에 23시30분경, 양샘이 새로 구입한 무송이를 끌고 관측소에 도착합니다.
도착한 시간이 늦어서 놀다 가실줄 알았는데...결국 놀다 내려가셨습니다.
망원경을 설치핬는데 릴리즈 접점인가가 쇼트가 나서 셔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거죠. 양샘은 오늘밤 다시 올거라는 결의를 다지는 의미에서 모든장비를
관측소에 두고 가셨습니다. 오늘밤 흐릴 예정이므로 소용없는 일이 될것 같습니다ㅋㅋ

이쯤해서 포기하고 M52와 버블쪽으로 앵글을 옮겨봅니다. 작년에 고창균샘이
찍어 올렸던 사슴벌레집게가 생각났기 때문이죠. 저도 찍으면 DSLR로도 그렇게
나올줄 알았습니다. 10장을 찍고나서 중간합성을 해보니 있어야할 집게부근엔
희미하게 겨우보이고 그저 별들만 자글자글합니다. 그사이 날은 밝아오고..
결국 화각계산해서 담에 더 잘찍으면 되지..하는 위로의 말을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하룻밤의 기대치는 구원의 손길 닿을수 없는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던 거죠. 
게다가 하늘은 좋은데 지상부근의 과도한 습기는 촬영을 정말 더디게 했습니다.
두장찍고 드라이돌리고...이 또한 게을러서 열선밴드를 만들지 못한 결과가
이렇게 좋은날 벌벋는가 봅니다.

확인사살은 달이 해주었습니다. 25.7일의 달이 제 망경위로 떠오른시각이 4시약간
넘긴시간이었는데 하늘은 푸른끼가 돌지만 찍은 사진은 지구조가 선명하게 나올정도로
노출을 주어야 겨우 희미하게 푸른빛이 돌아서 이게 밤인지 동트는 새벽인지
화면만 봐가지고는 구분이 않가는거죠..결국 반복해서 바탕이 푸른빛이 감돌게
나오도록 찍는동안 셔터를 400번을 눌렀는데 그 어떤 시이퀀스도 이른아침의
청량감을 살리지는 못해서 이마저도 실패하고 맙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그나마 건진 결과물은 새로 구입한 삼성 똑딱이로 별자리 사진은 잘 찍었다는거..
요즘은 똑딱이도 ISO3200이 흔해서 15초만 노출을 주어도 은하수가 찍힙니다.


은하수를 밤새 실컷보고...오리온반사경통을 새로 업그레이드하여 앞으로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는걸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하룻밤 충분히 즐거웠습니다.